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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예수성탄대축일 메세지

어두움을 밝히는 빛이 되십시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2,14)
사랑으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신 아기 예수님의 사랑이 모든 이에게 풍성하게 내
리시길 기도드립니다. 해마다 오늘이면 교회와 세상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며
구세주의 오심을 기뻐합니다. 일찍이 이사야 예언자가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이사 9,1)라고 외쳤듯이, 이 세상은 구원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맞이하게 되었
습니다.
1. 온 세상 곳곳에서 예수님의 오심을 기리는 기쁨의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이 기쁨에 동참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돈을 더 많이
갖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적인 것처럼 이웃을 경쟁자로만 여기며 사는 이들이 많습니다.
인간에게 매우 고귀하고 소중한 건강, 교육, 미모, 결혼, 취직 등이 나의 상품성을 높이는
수단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세계 최고의 자살율과 이혼증가율이라는 슬
픈 모습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또한 삶을 충만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내적 가치가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소중하고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들이 힘을 잃으면서 많은 이들이 이기적
계산과 살벌한 생존경쟁에 던져져 외롭고 고독한 현대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깊을 때 빛은 참으로 그 가치를 발합니다. 생명과 내적가치가 경시되고 경제
적 효용성과 외적능력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이 시대에 생명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 14,6)이신 예수님께로 나아갑시다. 성경을 읽고 그분의 삶을 따
르며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입시다. 그분은 말씀을 통해 오늘도 우
리에게 먼저 다가오십니다.
가장 낮고 겸손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깨어 맞이하는 방법은 생명의 말
씀으로 무장하여 이 시대가 요구하는 빛과 소금으로서 신앙인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입
니다. 경제논리에 치여 버린 우리 자신과 힘없는 이웃을 보듬고, 우리 모두 하느님의 소중
한 선물이며 사랑받는 자녀임을 되새깁시다. 우리는 소중한 생명이라는 그 하나의 이유만
으로도 사랑받을 충분한 이유를 부여받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오셔서 하셨던, 온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시대적 사명에 동참하는 뜻 깊은 성탄
을 맞으시길 빕니다.
2. 우리나라는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나라를 위하여 더 많이 기도하고 희생을 바쳐야 합니다. 남과 북이 최첨단의 성능을 자랑하는 무기들로 상대를 정
조준하고 있습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류가 가지고 있는 무기들의 위력은 지구를 40번이나
파괴시킬 수 있는 엄청난 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한반도는 남과 북이 대치하면서 전
국토가 요새화 되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한반도는 불바다가 되어, 모두가 패자가 되
는, 상상할 수 없는 불행한 일들이 발생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이미 한반도에서
치러진 한 번의 민족 간의 전쟁으로 족합니다. 북한은 연평도에서의 무고한 민간인 사망
에 대하여 즉시 사과하고 용서를 청해야 합니다. 남한은 북한의 굶주린 형제들을 위하여
식량이나 약품 등 인도적인 지원을 다시 시작하여야 합니다. 어려울수록 차분하게 지혜로
운 머리와 따뜻한 마음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위기를 극복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나라
에서 큰 책임을 지고 계신 분들 중에 말을 함부로 하는 이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가슴을
졸일 때가 많습니다. 흥분하고 목소리를 높여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불어서 함께 살 수
있는 미래를 건설하기 위하여 차분한 자세로 상황을 꼼꼼히 따져보고 대처하는, 지혜로운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즉시 대화와 타협의 길로 나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3. 복음을 전하고 증거하는 이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에는 얼마만큼의
희생이 따를 수도 있지만, 그 희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천상적인 선물이 뒤따릅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
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
다.”(요한 14,21)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 주십니다. 말씀을 살면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강생의 신비, 죽음과 부활
의 신비, 그리고 성찬례의 신비도 올바로 알아듣게 됩니다. 성경 말씀을 이해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펼쳐 오신 사랑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이고, 그 사랑 안에 머물면서 빛이 되
고 누룩이 될 수 있습니다. 말씀을 살면서 우리가 하느님께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지를 알게 되어, 우리의 삶이 감사와 기쁨으로 충만하게 변화될 것입니다. 우리 가운데 태
어나신 예수님은 ‘임마누엘’ 곧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이토록 당신 자신을
낮추신 주님께서는 우리도 그렇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자신을 낮추고 비우면, 예수
님께서 우리 안에 자리를 잡으십니다. 바오로 사도는 복음을 전하면서 만나는 이웃과 하
나가 되려 했던 자신의 삶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약한 이들을 얻으려고 약한 이들에
게는 약한 사람처럼 되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1코린 9,22)
친애하는 형제․자매님들,
지난 1월 14일에 선종하신 이태석 신부님께서 아프리카 수단에서 성 다미안 신부님처
럼 사셨던 삶의 다큐멘타리 영화 “울지마 톤즈”는 보는 이들마다 눈물을 흘리는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종족간의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한센병은 물론이고
많은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톤즈 마을을 찾아가셨습니다. 한센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의 뭉개진 발을 보호하기 위하여 각자의 발 모양을 본떠서 신발을 맞춰주시는 장면
을 보면서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습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가장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주면서 환자들을 치료해 주고, 젊은이들을 위하여 학교를 세워
공부를 가르치고, 브라스 밴드를 만들어 새로운 희망을 주셨습니다. 무엇을 해 주어야 하
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어주는 것이 중요함을 알았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은 “주
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는 복음 말씀을 증명해 보이셨으며, “너희
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
이다.”(마태 25,40)는 말씀대로 사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이며, 의사였고, 사제이며, 선생님이
었던 이태석 신부님의 삶은 예수님의 삶을 닮은 사랑의 삶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은 돌보
지 않고 오직 이웃만을 사랑하다가 자신은 48세의 젊은 나이에 천국으로 떠나셨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우리 신앙인의 모범이시며, 자랑스런 한국인이시고, 이 시대에 큰 책임을
진 모든 지도자들의 본보기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는
이 세상에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을 닮고자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아무리 어둡다고 말을 하고 소리를 질러도 어두움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작은 촛불을
밝히면 어두움은 사라집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내 옆의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소통을
통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는 빛, 소금, 누룩의 역할을 하여야 하는 소명을 받았음을 늘 기억
하기로 합시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2,14)
                                                                           천주강생 2010년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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