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소식

하늘의 어머니,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

 

이진규 프란치스코

 

1.

 

하늘의 어머니!

어머니!

 

어려서부터 아둔하기 짝이 없던 저는

밥 한 덩어리,

고기 한 첨에

뿔을 세우고

침을 질질 흘렸습니다.

 

입에는 욕을 달고

쳐다볼 구석이라곤 하나 없는 몰골로

높은 자리에만 눈독을 드리며

큰소리치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제 소리에

귀를 막지 않으셨습니다.

 

이제는

어머니!

어머니의 말씀에 귀 기울여

낮은 자세로 살아가게 하소서.


2.

 

어머니!

아시다시피 저는

귀한 말씀에는 고개를 돌리고

같잖은 말에 신경을 곤두세워

감정의 춤을 추었습니다.

 

몸은 컸으나 속이 옹졸하여

숨기고 싶은 이웃의 아픔을

붉은 살이 드려나게

후벼 팠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제 날카로운 손톱에

상처를 많이 입으셨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한 번도

제 손을

뿌리치지 않으셨습니다.

 

이제는

어머니!

어머니의 상처를

조금은 감싸며 살아가게 하소서.


3.

 

어머니!

언제나 저는

제 일은 그르칠세라 맘 졸이고

남의 것은

뒤꿈치 때만큼도 여기지 않았습니다.

 

욕심은 군불 지핀

아궁이처럼 타올라

방바닥이 타든 말든

남이야 굶어 죽든 말든

그렇게 살았습니다.

 

어머니께서

편찮으시든 말든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젖은 눈으로

말없이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이제는

어머니!

어머니의 눈물이

가장 풍요로운 삶이라는

값진 진리를 깨달아

살아갈 수 있게 하소서.


4.

 

어머니!

그래도 목마른 저는

앞만 바라보고

빨리빨리

직진에 또 직진만 하였습니다.

 

눈부신

봄의 지저귐이나

이웃의 한숨소리에

귀먹고 눈멀었습니다.

이런 것은 모두

가당찮은 것이라 여겼습니다.

 

어머니의 부르심엔

바쁘다는 말만

되풀이하였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저를

두 손 모아

기다리셨습니다.

 

이제는

어머니!

어머니의 느린 걸음에 맞춰

이웃과 나누는 삶을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하소서.


5.

 

어머니!

저는

어머니의 태를 받아

태어나던 날

힘차게 울던

기억은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화창한 봄날

어머니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들다 듣던

그 자장가 소리가 그립습니다.

 

잠자리 날개처럼

부드럽게 토닥이던

어머니의 그 손길이 그립습니다.

 

이제는

어머니!

어머니를 제 품에 안고

오월의 하늘을

훨훨

날고 싶습니다.

 

하늘의 어머니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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