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길 아우구스티노
순교 당시 정3품 당상 역관(當上譯官)의 높은 벼슬에 있었던 유진길은 서울의 유명한 역관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뜻을 두고 특히 철학과 종교 문제에 관심을 갖고 10년 동안 불교와 도교를 깊이 연구하였으나 진리를 찾지 못하여 방황하고 있던 중, 1823년 우연히 「천주실의」의 일부분을 구해 읽고는 사방에 수소문한 끝에 천주교 진리를 터득하고 곧 입교하였다.
1824년 동지사(冬至使)의 수석 역관으로 북경에 가서 세례성사를 받았다. 그 뒤 유진길은 북경 교회와 연락을 담당하며 8차례에 걸쳐 북경을 왕래하면서 정하상, 조신철과 함께 성직자 영입 운동을 전개하였다. 마침내는 교황에게 성직자의 파견을 간청하는 편지를 북경 주교에게 전달하였고 그 결과 유방제(劉方濟) 신부, 나(모방) 신부, 정(샤스탕) 신부, 범(앵베르) 주교 등이 입국하게 되었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7월 17일 체포되었다. 포청에서 주교와 신부들의 은신처를 대라며 매우 가혹한 형벌을 받았으나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9월 22일 정하상과 함께 서소문 밖 형장에서 49세의 나이로 참수형을 받고 순교하였다.